1️⃣ 고려시대 인구의 형성과 한계
우리나라의 인구 변화 역사를 살펴보면, 본격적인 인구 통계 개념이 자리 잡기 이전인 고려시대부터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다. 고려는 삼국시대 이후 통일된 국가 체제를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했지만, 오늘날과 같은 정밀한 인구조사 제도는 존재하지 않았다. 다만 호적과 토지 제도를 통해 대략적인 인구 규모를 추정할 수 있다. 학계에서는 고려 전기 인구를 약 200만~300만 명 수준으로 보고 있으며, 후기에는 농업 생산력 향상과 국토 안정으로 인해 400만 명 내외까지 증가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그러나 고려시대의 인구 성장은 전쟁, 자연재해, 전염병에 매우 취약했다. 거란과 몽골의 침입은 대규모 인구 감소를 불러왔고, 특히 몽골 침입기에는 농경지가 파괴되고 많은 백성이 유랑하거나 사망하면서 인구 증가가 정체되거나 감소하는 현상이 반복되었다. 이 시기의 인구 변화는 ‘점진적 증가와 급격한 감소’가 반복되는 구조였으며, 이는 전근대 사회의 공통적인 특징이기도 하다.
2️⃣ 조선시대: 인구의 본격적 증가와 기록의 시작
조선시대는 우리나라 인구 변화의 중요한 전환점이라 할 수 있다. 조선은 호패법과 호적 제도를 통해 백성의 수를 비교적 체계적으로 관리했으며, 이로 인해 인구 추정의 신뢰도가 크게 높아졌다. 조선 초기 인구는 약 500만 명 내외로 추정되며, 세종대왕 시기에는 농업 기술 발전과 토지 제도의 안정으로 인구가 꾸준히 증가했다. 17세기 이후에는 이앙법의 보급과 작물 다양화로 식량 생산력이 크게 향상되었고, 이에 따라 조선 후기 인구는 1,500만~2,000만 명 수준까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조선시대 역시 인구 증가가 항상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은 대규모 인명 피해와 이주를 초래하며 인구를 급감시켰고, 이후 회복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선 후기에는 비교적 안정적인 사회 구조 속에서 출생률이 사망률을 웃돌며 장기적인 인구 증가 추세가 유지되었다. 이 시기는 ‘다산(多産)’ 사회로, 노동력이 곧 국가 경쟁력이던 농경 사회의 특성이 인구 구조에 그대로 반영된 시대였다.

3️⃣ 근대 이후: 급격한 증가와 산업화의 영향
근대에 들어서면서 우리나라 인구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이기 시작한다. 일제강점기에는 근대적 인구조사 방식이 도입되면서 비교적 정확한 통계가 남아 있으며, 1910년대 한반도 인구는 약 1,600만 명 수준이었다. 이후 의료 기술의 도입과 위생 환경 개선으로 사망률이 감소하면서 인구는 점차 증가해 광복 직전에는 약 2,500만 명에 이르렀다. 광복 이후와 한국전쟁을 거치며 일시적인 인구 감소와 혼란이 있었지만, 전쟁이 끝난 뒤에는 ‘베이비붐’ 현상이 나타났다. 1960~1980년대 산업화 시기에는 농촌 인구가 도시로 이동하며 전체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1970년대에는 3,000만 명을 넘어섰다. 이 시기의 인구 증가는 경제 성장의 원동력이 되었으며, 풍부한 노동력은 제조업과 수출 중심 산업 발전을 가능하게 했다. 다만 급격한 인구 증가는 도시 과밀, 주택 문제, 교육 경쟁 심화라는 새로운 사회 문제를 동시에 만들어내기도 했다.
4️⃣ 현재와 미래: 인구 감소 시대의 시작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우리나라 인구 구조는 다시 한 번 중대한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2020년을 전후로 출생아 수는 급격히 감소했고, 합계출산율은 세계 최저 수준을 기록하며 ‘인구 절벽’이라는 표현이 일상화되었다. 2020년대 초반을 기점으로 우리나라는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를 초과하는 자연 감소 단계에 진입했으며, 이는 고려·조선시대 이후 수백 년간 이어진 인구 증가 흐름이 처음으로 역전된 순간이라 할 수 있다. 고령화 역시 빠르게 진행되어 생산 가능 인구는 줄어드는 반면, 노년 인구 비중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인구 변화는 노동 시장, 연금 제도, 교육 정책, 지역 소멸 문제 등 사회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과거에는 ‘얼마나 많이 낳을 것인가’가 중요했다면, 이제는 ‘어떻게 함께 살아갈 것인가’가 핵심 과제가 되었다. 고려와 조선, 근현대를 거쳐 온 우리나라의 인구 변화사는 단순한 숫자의 변화가 아니라 사회 구조와 가치관의 변화를 보여주는 거울이다. 앞으로의 인구 정책 역시 양적 증가보다 삶의 질과 지속 가능성을 중심으로 새로운 방향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